금요일 같은 목요일

Posted at 2011/11/03 14:25// Posted in 미레미레미시레도라

나이가 들면서 새삼스레 겁이 많아진다고 느낀다.
누구를 만날 때에도, 어디를 갈 때에도
뭔가 마음속으로 단단히 준비하지 않으면
몹시 불안해 진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그런 식으로 마음을 빼앗기게 되면,
엉클어진 생각으로 머리는 복잡하고 속에서 구역질이 올라온다.
예전엔 참 발랄하게도 잘 들이댔는데 약간 아쉬움마저 든다.
나이가 들어서라기보다,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다는 게 실감이 난다.
어리지 않은데 여전히 모든 일에 어리숙한 건 조금 슬픈 일이다.

그보다도,
할 일이 많은 요즘이다.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아니 세 가지 일을 매일매일 한꺼번에 처리하려고 하니 악하고 웩하고 썅하는 상태.
불끈불끈, 이렇게 일기를 쓰면서 이제 다 잘 될거야 하고 생각해도
글러먹은 습관 때문에 비적비적,하다 후다다다,하다 화르르, 해치울거라고 자만하고 있다.
이것도 나름의 근성이라며 우겨본다.

아프다.
슬프다.
괴롭다.
힘들다.

이런생각 좀 안하고 살고 싶다.

좋은 기억들을 많이 남겨두는 일기장이 되어야 겠다.


최근의 좋은 기억은 어제 일기장을 훑어보면서였다.
날짜도 안써놓은 일기장에는 한 문장만 쓰고 나머지를 채우지 못했다.
"엄마는 좋은 사람이다"
아마 엄마 이야기를 쓰려다가 기분이 좋아져서 스르륵 잠이 들었을 거였다.
아마도 그 날의 일기는 그렇게 한문장 그대로 계속 그대로 남겨둘 것 같다.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여백.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난다.
지난 추석 때 엄마집에서의 기억이다.
휴일이라고 늦게까지 잠을 설치다 새벽쯤 안방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고나서 정신이 반쯤 들어 비적거리다가 노곤한 여유로움이 이불처럼 몸을 감싸 기분이 좋았다.
보나마나 해는 중천에 떠있을 테고, 조금 있음 엄마의 잔소리가 들려올 걸 예상했는데, 어쩐지 좀더 뒹굴고 싶기만 했다.
그래도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하고 가까스로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건 엄마의 얼굴이었다.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엄마는 내 옆에 배를 깔고 누워 있었다.
음식 장만을 하다 지쳐서 잠시 쉬러 왔다는 엄마는 앞치마를 두른 채로 아가씨야, 이 좀 그만 갈고 일어나시지? 하고 말했다.
일찍 일어나서 음식 준비 도와드렸어야 하는건데, 멋쩍어서 나는 그냥 낄낄,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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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1/03 14:25 2011/11/0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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