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초부터 전도연과 이정재의 파격적인 배드신으로 적잖은 화제를 몰아왔던 하녀,
하녀가 끌렸던 건 순전히 이 스틸컷 한 장 때문이었다.

유니폼을 입고 맨발로 욕실청소를 하고 있는 전도연의 문틈에 비친 모습, 놀란 듯 기대감에 찬 표정.
스틸컷 각도와 조명, 절제된 의상에 관능미가 넘치는 허벅다리와 전도연의 표정까지 보는 사람마저 후에 벌어질 상황을 침이 꼴깍 넘어가게 기대하게 만들어버리는 마력을 지닌 스틸컷이 아니었나 싶다.
이후 스포일러 有
영화를 볼 때 항상 첫 장면을 주의깊게 보곤 하는데, 하녀의 첫 장면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영화는 서울 어디나 있을법한 유흥가 속 '여자'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감옥 같은 교복을 벗고 유행하는 옷들을 교복같이 맞춰입은 아직 앳된 얼굴의 여학생 무리가 유흥가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는 모습, 삼삼오오 몰려 탐욕스럽게 술과 먹거리를 쫓아 어디론가 향하는 여자들의 모습, 뒷골목에는 늦은 시간까지 고깃집 불판을 철수세미로 박박 닦아내느라 파김치가 되어버린 아주머니들의 모습, 창이 훤하게 비치는 2층 노래방에서 미니스커트를 입고 발광하듯 노래하는 여자들, 그리고 그 사이 이 모습을 찬찬히 둘러보다 건물 위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한 여자.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아침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소재로 우리에겐 참으로 익숙하고 간단하다.
전도연이 맡은 주인공 '은이'역은 이혼 후 친구와 고시원에 낑겨살며 유흥가 식당에서 근근히 먹고사는 여자다.
그러나 어느 날 우연히 대저택의 가사도우미 겸 보모로 일자리를 얻게 되고, 주인집 가족과 정을 쌓게 되던 중, 남주인과 육체적인 관계로 이어지며 곤란한 상황에 이르게 되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처음에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결말이 찝찝해서 리뷰도 찾아보고 장면장면을 곱씹어 봤는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독이 괘씸해졌다.
주인공 은이는 남주인과 관계를 맺기 전, 본능적인 욕구에 휘말려 기다렸다는 듯이 남주인을 받아들인다. 사실 영화를 보고 나는 은이의 행동이 본능적이라기 보다는 동물적이라고 느꼈는데, 남성적인 매력에 끌려 남주인과 관계를 맺었다기 보다는 강자에 대한 약자의 절대적인 복종에 가까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영화 속 남주인 이정재의 위치는 참으로 위대하고 위대하다.
하녀인 은이를 대하는 모습도 가관이지만, 장모와 와이프를 대하는 모습도 은이를 대하는 모습 못지 않다.
파워엘리트로 자라온 환경과 훤칠한 외모, 부족할 것 없는 매너로 겉모습을 가장하고 본인에게 털끝 하나라도 해가 된다면 '개 같은 년'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위선자.
그런 남자를 '하녀들'은 챙피한줄도 모르고 아더메치(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한) 를 참아가며 그 앞에 복종하며 살아간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아무리 돈이 최고라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같이 참 '아더메치' 할 수밖에 없었다.
영화 후반부, 은이와 남자사이에 생긴 아이와 은이 자신도 결국 남자의 욕정에 희생양이 되어버리고 만다. 분노감과 배신감에 휩싸인 은이는 이대로는 도저히 억울해서 못살겠다며 찍소리라도 내야겠다며 대저택에서 스스로 목을 메달고 온 몸에 불을 질러 생을 마감한다.
영화 초반 유흥가에서 자살한 여자가 당시 은이와 다른 여자들에게는 약간 섬뜻한 이벤트 정도로 비춰졌던 것 처럼, 은이의 찍소리 나게 섬뜻했던 자살은 그들에게 작은 이야기 거리도 안됀다는 것 마냥 대저택에 사는 남자와 그의 가족들은 여전히 행복한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마지막 장면이 너무 황당하게 마무리 됐지만 "챙피한줄도 모르고.. 쯔쯧.." 하는 듯한 감독의 조롱섞인 비아냥이 들리는 것 같아 영화를 보면서도, 보고 나서도 마음이 조금 불편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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