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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오후
일찌감치 할 일을 마쳐놓고 고대하던 오페라를 보러 나가려 했다.
점심때 완소마마스에서 터키 샌드위치도 미리 준비해 놓고
광화문으로 가는 길 따끈한 커피 한잔을 가져가려 했는데 생각해보니 오페라는 금요일이었다.
하루종일 뻘짓 릴레이.
결국 바람빠진 풍선같은 마음으로 또다시 하루를 기다렸다.

금요일.
전날의 부푼 기대감은 반감이 된건지 금요일의 열기 속에 묻혀버린건지
부랴부랴 짐을 싸고 광화문으로 발을 옮겼다.
예상대로 어마어마한 인파 속.. 전쟁을 치루듯 길거리 떡볶이로 허기를 달래고 티켓을 받아왔다.


대극장이 3층까지 꽉꽉 차는 것을 본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모가 선물한 김종서 콘서트 이후로 처음이었다.
증권회사를 다니는 이모의 고객이 연말을 맞아 특별히 선물한 김종서 콘서트. (이게 벌써 1995년이다. 헉;)
기억에 남는 건 아직 5호선이 개통되지 않았던 때라 종각역부터 광화문까지 걸어오는게 너무 고됐다는 기억과
드디어 음악하는 곳에서 콘서트를 열게 되어 무척 감격스럽다고 말하던 김종서와
그의 히트곡 '겨울비'가 흘러나올 때 '겨울비 처럼 슬픈 노래를 이순간 부를까' 라는 가사가 나오자 '네에~'라고 외쳤던 소녀팬 언니들.

각설하고.. 다시 오페라 이야기로 돌아가서..
우리가 받은 좌석은 3층 중간좌석.
무대는 저멀리 아주 먼 곳에 배우는 콩알 만하게 보였지만 거대 스크린은 바로 눈 앞에 있어 관람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오페라가 어려운 나같은 관객을 위해 해설자가 동영상으로 돈카를로의 생애와 베르디의 작품 특징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미리 예습(?)을 하고 갔던 터라 전문가의 코멘트가 쏙쏙 귀에 들어왔다.


참 고마웠던 대형스크린 ㅎㅎ

본격적으로 공연이 시작되었고 무려 3시간 30분의 공연시간.. 2번의 인터미션
내가 본 공연 중 최장시간을 기록했다. 3시간 반동안 무대에서 열창하는 배우도 연출도 오케스트라도 진정 대단할 뿐..

관객과 배우, 오케스트라와 연출.
공연에서 최고로 꼽고 싶은 것은 무대연출이었다.
조명과 무대시설과 각종 설비들을 굉장히 잘 꾸며놓았고 연출도 좋았지만
무대정리를 할 때 지루한 관객들을 위해 무대 뒤 영상을 미리 녹화해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센스를 발휘해 극의 흐름을 깨지 않고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공연에서 무척이나 기대를 했던 1막1장의 '함께살고 함께죽자'라는 곡은 약간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관객이 꽉 찬 뒷자리라 어쩔 수 없이 어느정도 소리의 손실을 감안했지만 주인공 돈카를로와 그의 친구 로드리고가 부르는 이중창이 소리가 너무 작았고.. 감동적이기에 약간 모자람이 없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처음에는 뒷자리여서 그럴거라 생각했는데 에볼리 공녀역과 엘리자베타 역을 맡은 배우가 노래를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실망감이 삐죽이 튀어나온 걸지도 모른다.

평소에 잘 접하지 못했던 오페라를 듣다보니 솔직히 초반에 쪼꼼 졸아버리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극은 재밌었고, 약간의 아쉬움은 천원의 행복으로 그저 감사할 뿐~
사실 무대로 보나 배우로보나 이런 대작은 국내에서 접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너무도 착한 가격에 덜컥 큰 행운을 잡아버려 진정한 오페라팬들에게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여주 클로즈업 장면에 소스라치듯 놀라던 제이의 모습과 함께 문화생활 쏠쏠했으니,
오페라 '돈 카를로'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하하.

2008/12/16 13:35 2008/12/1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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